[통일로 미래로] 사진 속 북한 사람들…“그들도 웃더라”

입력 2018.09.01 (08:20) 수정 2018.09.01 (08:45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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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앵커]

통일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.

바로 남북 간 이질성입니다.

70년 분단 세월동안 언어나 문화 등이 너무 달라졌다는 건데요.

남북 교류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들리는 ‘우리는 하나다’라는 구호가 조금 무색해지기도 하네요.

그래서 이번 주 통일로 미래로에선 남북이 얼마나 다른지 보다는 얼마나 같은지에 주목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까합니다.

카메라 렌즈에 담아낸 북한의 일상풍경과 주민들의 모습.

남한 사람들과 같을까요? 다를까요?

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.

[리포트]

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찾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.

경복궁 주변의 북촌과 서촌에선 주말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.

이런 젊은이들, 과연 북한도 비슷하다고 생각할까요?

[구한빈/서울시 광진구 : "몰래몰래 할 것 같아요. 대한민국처럼 밖에서 손을 잡고 걸어 다닌다든지 그런 게 아닌."]

[강덕윤/서울시 금천구 : "영화이미지에서는 뭐 정복 같은 거 입고 다니는 장면이 있더라고요. 그래서 그렇게 많이들 돌아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."]

서촌의 한 갤러리.

이곳에선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.

한 우산을 같이 쓰고 빗속을 걷는 연인.

돗자리에 모여 앉아 놀이를 즐기는 남성들.

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죠?

바로 20년 전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.

관객들도 신기한 듯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네요.

[정연호/서울시 강남구 : "우리나라 한 60년대, 70년대하고 아주 비슷하죠. 가족 형태라든지 가족생활은 남이나 북이나 다르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. 인간적인 면에서는 같다는 걸."]

20년 전의 북한 생활상을 담은 이 사진전은 SNS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습니다.

한 사진작가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올린 글과 사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시로까지 이어졌다는데요.

그 주인공을 저와 함께 만나보실까요?

1998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6차례 북한을 방문한 임종진 작가.

임 작가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었습니다.

언론에 나오는 북한은 앙상한 몰골의 아이로 상징되는 처참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.

하지만 임 작가가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서 느낀 건 우리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두려움의 대상들이었고 무엇보다 굉장히 가난해서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마음들이 사실 있었죠. 근데 그것을 전환시키게 되는 여기 앞에 놓인 사람들의 어떤 일상의 모습들이 제게 준 어떤 뭉클함들이 있었어요. 어? 왜 이렇게 우리가 같지? 이렇게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."]

그리고 그의 카메라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을 담기 시작했습니다.

교감을 나누기 위해선 얼마나 다른 지 보다는

얼마나 같은 지를 느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이 두 분 앉아 있는 걸 한 번 보실래요? 우리 민족이 쪼그려 앉아있는 거 굉장히. 네 굉장히 자연스러운 민족이죠. 줄을 딱 끊으려고 뛰어드는 장면이거든요. 얘 얼굴 표정을 가까이서 보면 지금 아주 좋아죽어요. 지금 신나가지고."]

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그의 표정에선 사진 속 인물을 향한 애정이 묻어납니다.

그리고 그런 애정은 북녘을 떠난 이들에게 추억을 되새겨주기도 합니다.

[이준영/가명/탈북민 : "사실 얘들이 중학생일 거야. 초등학생들은 이걸(배지를) 안 달아. (중학생?) 응. 이거는 초등학생들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어 가지고 이걸(배지를) 안 달고..."]

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한 탈북 청년은 전시회를 둘러보며 북녘에서의 좋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.

[이준영/가명/탈북민 : "(북한이라고 하면) 굶주리고 사람들이 슬퍼 보이고 우울하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또 그런 사진이 비추어지는데 사실 제가 살아온 것도 그렇고, 여기 있는 사진들이 다 제가 찍었던 사진들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."]

임종진 작가가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,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자유촬영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.

하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기 때문일까요?

두 번째로 북한을 찾았을 때는 안내원과 신경전도 있었다고 하네요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그 강하고 이 늠름한 인민군 소좌를 저렇게 해벌레 웃고 있는 사진을 남쪽에 진열해내냐. 나는 우리들의 같은 모습을 얘기하고자 내려온 사람이다. 이런 거 가지고 문제제기하면 형님 나 안온다고 저도 그렇게 반 협박도 하고."]

남북한 사람들로부터 동질성을 찾은 건 임종진 작가뿐이 아니었나 봅니다.

2009년부터 2015년까지 남북을 오가며 사람들을 촬영한 유스케 히시다 일본 사진 작가.

유스케 씨의 작품은 쌍을 이룬 두 장의 사진을 함께 봐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.

물놀이 중인 두 여성 한쪽은 남한, 다른 한쪽은 북한 사람입니다.

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구별이 쉽지 않죠?

[김상현/ 노마드 갤러리 관장 : "생활 속에서 살고 있는 어떤 그 모습들은 남이나 북이나 똑같다. 똑같이 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."]

남과 북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.

통일을 화두로 하는 자리에선 빠지지 않는 이야기인데요.

체제의 이질성보다는 삶의 동질성을 담은 북녘의 사진들.

우리가 회복해야 할 동질성의 한 조각을 이 풍경 속에서 찾을 수 있진 않을까요?

70년이라는 긴 분단의 세월.

하지만 우리에겐 같은 모습이 분명 존재합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저는 이 사진들을 가지고 평양에서 전시하고 싶어요.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성에 대한 이야기들. 이런 모습들을 계속 주거니 받거니 정말 정말 그러면 너무 좋겠어요. 다시 가야죠. 기회가 주어지면."]

평범한 일상을 통해 작은 행복과 웃음을 느끼는 남북한 주민들. 우리와 비슷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웃음을 다시 한 번 렌즈에 담을 수 있기를 두 작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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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[통일로 미래로] 사진 속 북한 사람들…“그들도 웃더라”
    • 입력 2018-09-01 08:42:16
    • 수정2018-09-01 08:45:55
    남북의 창
[앵커]

통일을 머뭇거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.

바로 남북 간 이질성입니다.

70년 분단 세월동안 언어나 문화 등이 너무 달라졌다는 건데요.

남북 교류 현장에서 한 목소리로 들리는 ‘우리는 하나다’라는 구호가 조금 무색해지기도 하네요.

그래서 이번 주 통일로 미래로에선 남북이 얼마나 다른지 보다는 얼마나 같은지에 주목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할까합니다.

카메라 렌즈에 담아낸 북한의 일상풍경과 주민들의 모습.

남한 사람들과 같을까요? 다를까요?

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.

[리포트]

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찾아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.

경복궁 주변의 북촌과 서촌에선 주말마다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.

이런 젊은이들, 과연 북한도 비슷하다고 생각할까요?

[구한빈/서울시 광진구 : "몰래몰래 할 것 같아요. 대한민국처럼 밖에서 손을 잡고 걸어 다닌다든지 그런 게 아닌."]

[강덕윤/서울시 금천구 : "영화이미지에서는 뭐 정복 같은 거 입고 다니는 장면이 있더라고요. 그래서 그렇게 많이들 돌아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."]

서촌의 한 갤러리.

이곳에선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요.

한 우산을 같이 쓰고 빗속을 걷는 연인.

돗자리에 모여 앉아 놀이를 즐기는 남성들.

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죠?

바로 20년 전 북한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.

관객들도 신기한 듯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네요.

[정연호/서울시 강남구 : "우리나라 한 60년대, 70년대하고 아주 비슷하죠. 가족 형태라든지 가족생활은 남이나 북이나 다르지 않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. 인간적인 면에서는 같다는 걸."]

20년 전의 북한 생활상을 담은 이 사진전은 SNS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습니다.

한 사진작가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올린 글과 사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시로까지 이어졌다는데요.

그 주인공을 저와 함께 만나보실까요?

1998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6차례 북한을 방문한 임종진 작가.

임 작가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었습니다.

언론에 나오는 북한은 앙상한 몰골의 아이로 상징되는 처참한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.

하지만 임 작가가 실제 북한 주민들에게서 느낀 건 우리와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두려움의 대상들이었고 무엇보다 굉장히 가난해서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고 있구나 이런 마음들이 사실 있었죠. 근데 그것을 전환시키게 되는 여기 앞에 놓인 사람들의 어떤 일상의 모습들이 제게 준 어떤 뭉클함들이 있었어요. 어? 왜 이렇게 우리가 같지? 이렇게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."]

그리고 그의 카메라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들을 담기 시작했습니다.

교감을 나누기 위해선 얼마나 다른 지 보다는

얼마나 같은 지를 느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이 두 분 앉아 있는 걸 한 번 보실래요? 우리 민족이 쪼그려 앉아있는 거 굉장히. 네 굉장히 자연스러운 민족이죠. 줄을 딱 끊으려고 뛰어드는 장면이거든요. 얘 얼굴 표정을 가까이서 보면 지금 아주 좋아죽어요. 지금 신나가지고."]

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내는 그의 표정에선 사진 속 인물을 향한 애정이 묻어납니다.

그리고 그런 애정은 북녘을 떠난 이들에게 추억을 되새겨주기도 합니다.

[이준영/가명/탈북민 : "사실 얘들이 중학생일 거야. 초등학생들은 이걸(배지를) 안 달아. (중학생?) 응. 이거는 초등학생들을 훼손할 위험성이 있어 가지고 이걸(배지를) 안 달고..."]

친구들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한 탈북 청년은 전시회를 둘러보며 북녘에서의 좋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봅니다.

[이준영/가명/탈북민 : "(북한이라고 하면) 굶주리고 사람들이 슬퍼 보이고 우울하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또 그런 사진이 비추어지는데 사실 제가 살아온 것도 그렇고, 여기 있는 사진들이 다 제가 찍었던 사진들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."]

임종진 작가가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,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자유촬영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.

하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기 때문일까요?

두 번째로 북한을 찾았을 때는 안내원과 신경전도 있었다고 하네요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그 강하고 이 늠름한 인민군 소좌를 저렇게 해벌레 웃고 있는 사진을 남쪽에 진열해내냐. 나는 우리들의 같은 모습을 얘기하고자 내려온 사람이다. 이런 거 가지고 문제제기하면 형님 나 안온다고 저도 그렇게 반 협박도 하고."]

남북한 사람들로부터 동질성을 찾은 건 임종진 작가뿐이 아니었나 봅니다.

2009년부터 2015년까지 남북을 오가며 사람들을 촬영한 유스케 히시다 일본 사진 작가.

유스케 씨의 작품은 쌍을 이룬 두 장의 사진을 함께 봐야 의미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.

물놀이 중인 두 여성 한쪽은 남한, 다른 한쪽은 북한 사람입니다.

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구별이 쉽지 않죠?

[김상현/ 노마드 갤러리 관장 : "생활 속에서 살고 있는 어떤 그 모습들은 남이나 북이나 똑같다. 똑같이 닮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의도였던 것 같아요."]

남과 북의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.

통일을 화두로 하는 자리에선 빠지지 않는 이야기인데요.

체제의 이질성보다는 삶의 동질성을 담은 북녘의 사진들.

우리가 회복해야 할 동질성의 한 조각을 이 풍경 속에서 찾을 수 있진 않을까요?

70년이라는 긴 분단의 세월.

하지만 우리에겐 같은 모습이 분명 존재합니다.

[임종진/사진작가 : "저는 이 사진들을 가지고 평양에서 전시하고 싶어요. 그들이 누리고 있는 일상성에 대한 이야기들. 이런 모습들을 계속 주거니 받거니 정말 정말 그러면 너무 좋겠어요. 다시 가야죠. 기회가 주어지면."]

평범한 일상을 통해 작은 행복과 웃음을 느끼는 남북한 주민들. 우리와 비슷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웃음을 다시 한 번 렌즈에 담을 수 있기를 두 작가는 기다리고 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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